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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로 씨는, 어째서 스스로에게 과거가 없다고 하시나요…?”
과거가 좋았던 적은 많지 않았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지만, 그럼에도 친구였던 아저씨와 사랑하는 부모님을 제외하면, 좋았던 과거 같은 건 별로 없었다. 나의 기억에 남은 과거라고는 죄다 불운했던 일밖에 없었으니까. 어쩌면 나는, 그 과거를 모두 버리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왜, 스스로가 흘러 내려갈 뿐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헤일로 씨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삶을 살았길래, 나와 이토록 닮았으면서……또, 이다지도 다를까. 나와 닮았다면 이해하기 쉬워야 할 텐데, 당신은 왜 완전한 타인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울까.
“……저는, 제가 과거에서 배운 것이라고는, 도망치는 법밖에 없어요. 아저씨한테서, 그러니까…제 친구한테서 배운 것들마저, 결국에는 외면하고……도망쳤는데. 제 삶을 이룬 모든 것에서, 심지어는, 진실에서까지 도망쳤는데.”
나는 도르가. 오직, 과거의 나에게……의지 하나만을 추가했을 뿐인, 비겁한 도망자 도르가. 그 의지마저 과거에서 말미암은, 영원히 과거에 살아가는 도르가. 그게 바로, 나였다. 절대 단단하지 않은, 작은 불씨에도 재가 되어 스러질, 나약한 인간이었다.
“저는 하나도 성장하지 않았어요, 헤일로 씨…. 저는 여전히, 미래를 모두 외면하고……과거를 찾고 있어요. 이곳, 재단연합회 마저, 과거를 찾아서 들어왔어요. 나약한 헤일로 씨와 닮았기에 나약한 저는…… 여전히 과거에 살아요.”
그러니, 우리는 닮았어. 어떤 형태로든, 과거에 얽매여 있는 우리는……서로를 닮은 게, 당연해.
“헤일로 씨, 헤일로 씨는……제가 마른땅 위에 있다고 하셨지만, 저는 마른땅이 싫어요~. 마른땅은, 불이 나기 좋은 곳이잖아요~…?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도 있고……. 저는 불도, 다치는 것도 무서워하는걸요~.”
마른땅 위를 달릴 수 있는 건, 불과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뿐이다. 마른땅에는 불이 번지기 쉬우니까. 하지만 내게는, 언제나 불이 있었고……그러니, 다치는 게 무섭고 불이 무서운 나는, 그 마른땅 위를 달릴 수 없다.
언제까지나.
“헤일로 씨가, 착각하는 게 있어요. 저는 전혀, 단단하지 못하고……제 과거는, 기반이 아닌 족쇄거든요~. 불이 무섭고, 다치는 게 무섭고, 사람과의 관계가 무섭고……불운이 두려운 저는, 저에게는……과거는, 기반이 될 수 없어요. 불운으로 점철된 제 과거는, 제 나약함이 될 뿐이에요. 차라리, 버리고 싶을 정도로~….”
불운이 무서워서, 그 불운이 나를,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을 삼키는 게 무서워서 잠 못 이루던 무수한 밤들.
불운이 나를 공격해, 무엇보다도 내 안전이 가장 중요해져 버렸던 그 모든 매일.
불운한 아이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알아버렸던 그날.
그 모든 과거는 전부, 나의 족쇄였다. 그러니, 나의 과거는 기반이 될 수 없다.
“헤일로 씨, 저는요……불운하기에 나약해요. 헤일로 씨는, 운명론자라고 하셨으니까……이렇게 설명할까요~? 제 운명은, 불운이에요~. 불운은 지긋지긋하게도, 제 삶을 괴롭혔고…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우리가 지금 닮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과거에 얽매인, 나약한 것들이니까. 그러니까, 누군가 이 과거를 벗어나……강해지면, 당연히 우리는 서로를 닮지 않게 되겠지.
우리가 닮은 건, 우리가 과거에 묶였기 때문이니까.
“제 첫 불운은 화재였어요~. 아니, 첫 불운의 기억이었던가~…? 으음, 그건 중요하지 않겠죠~. 닭과 달걀 중, 어느 쪽이 먼저인지가……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불운의 영향으로 난 화재였을까, 화재를 기점으로 불행해진 인생이었을까.
무엇이 먼저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중요한 건, 그날 이후로 내 삶에 도사린 불운을 인식했다는 것. 그리하여 내가 불운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9살의 겨울이었어요~. 집에 불이 났었죠, 그날……. 뭐, 집이 불탄 것 외에 큰 비극은 없었지만, 으음, 보실래요~? 보기 좋은 꼴은 아니지만…….”
왼쪽 다리. 목이 긴 양말과 긴 바지로, 언제나 꽁꽁 싸맨 그곳에 있는, 화상. 타인에게 화상을 보이는 건 오랜만이지만, 그리 두렵지는 않았다. 그 건조한 태도는, 어쩐지 이걸 보고도 별말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괜찮았다.
“화재의 증거죠~…. 불운의 시작이고~? 으음, 이날 이후로, 제가 많이 불행했어요~. 많이 다치고, 물건도 잃어버리고, 지각도 많고, 크고 작은 화재도 더 있었고……불행이란 불행은 다 겪어봤죠~. 으음, 그래도 아저씨를 만나는 행운은 있었지만~…, 아저씨는 실종됐고……. 저는 아저씨를 찾으러, 이곳에 도달했네요~….”
사정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하고 싶은 말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과거는 제 족쇄이고, 동시에 현재예요~…. 저는 전혀, 나아가고 있지 않아요~. 한참도 전에 실종된 아저씨를 찾아서, 여기까지 와버렸는걸요. 그런데도, 제 과거를……제 기반이라 하실 건가요? 저는, 여전히 그 위에 묶여 있는데?”
있죠, 헤일로 씨.
역시 저는 나약해요. 그리고 당신도, 저와 닮은 당신도 나약해요.
과거에 얽매인 이상, 저희는 언제까지나 나약할 거예요.
“헤일로 씨는 저를, 마른땅 위에 서 있다고 하셨지만……저는 오히려, 물속이 부러운걸요……. 그곳에는, 불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적어도 제 인생에 있는 불운 하나 정도는, 지울 수 있잖아요~…?”
차라리 떠내려 가고 싶었다. 이 불운은, 내게 너무 버거워서. 아저씨는 내게, 의지만 가진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했지만……이 불운은, 겨우 의지만 가지고는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이런 이름을 가진 이상, 저는 죽을 때까지 불과 함께 살아야겠지만……그래도, 물속이라면~, 타오르지는 않을 테니까요. 헤일로 씨, 과거가 있는 건……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왜냐면, 제 과거는……저를 불태울 뿐인, 장작이거든요.”
누군가는 그 장작을 가지고, 불을 지펴 추위를 몰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래, 요리를 할 수도 있겠고. 어쩌면, 낭만을 즐길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 장작을 가지고……스스로를 불태우는 것밖에, 할 수 없으니까.
오직, 그것만이……내가 과거로부터 배운 것이니까.
“저는 아마도, 이 불운과 함께하는 이상……평생, 나약할 거예요. 저는 불이 무서워서, 누군가 끌어주지 않으면 달리지도 못할 게 분명하거든요~….”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맞아요, 기왕이면 강한 게 좋아요.
하지만, 헤일로 씨. 더 좋은 건, 함께 강해지는 거예요.
함께 강해지면, 내 불운이 타인을 삼키지 못할 테니까.
“없어진 과거는, 다시 채우면 되는 거 아닐까요~? 저도, 과거가 버겁다면……버리면 되는 일이고~. 그건 아주, 아주 오래 걸리겠지만~,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그래도, 서로 도우면, 가능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나는…….
나와 아주 닮은 당신을, 먼 미래에는 나와 닮지 않게 될 당신을 두고 갈 수는 없다.
왜냐하면, 돌아오지 않는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는 고통을 알기 때문에.
과연 당신이 나를 그리워할지는 모르지만, 나는 누군가 나와 같은 고통을 겪을 수도 있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과거에 얽매인 인간들끼리, 친구 할까요~? 흐르는 물살에서는, 빠져나오면 되는 거니까요~…”
당신의 웃음에, 마주 웃는다. 아주 오래전, 아저씨와 마주하던 때처럼.
“저는 누군가를, 잊을 수 없는 사람이거든요~. 십몇 년 전의 친구도 아직 잊지 못해, 여기까지 왔는데……헤일로 씨를 잊는 것도, 엄청 오래 걸릴 걸요~?”
우리가 닮지 않게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함께 가는 것이 친구니까.
내 첫 친구에게 배운 건, 친구가 멈춰 있다면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이었으니까.
“과거에 얽매인 인간끼리, 함께 미래로 갈래요~? 재단연합회의 동료를 떠나, 친구로서. 저희가 둘 다 단단해지면, 서로를 닮지 않게 될 수도 있지만~….”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를 소개한다. 아직, 나를 소개하지 않았던 것 같으니까.
“저는 재단연합회의 직원, 도르가예요~. 그리고, 영원히 불과 함께 살아갈……바네사 브란트예요. 저희가 닮지 않게 될 때까지, 잘 부탁드린다고……그렇게 말해도 괜찮을까요, 헤일로 씨~?”
브란트라는 성이 의미하는 것은 불.
그러니 나는, 평생토록 불과 함께 살아갈 운명인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함께 해준다면.
그렇다면 언젠가, 이 불도 두렵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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